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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데이트폭력 (정당방위, 가스라이팅, 법의 허점)

by 냐옹만수 2026. 2. 2.

 

 

법정 드라마 '로스쿨'은 단순한 범죄 미스터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한국대학교 로스쿨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드라마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전예슬의 시선을 통해 정당방위 인정의 현실적 어려움, 권력형 범죄의 실태, 그리고 법조계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고윤정이 연기한 전예슬 캐릭터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정당방위 인정의 불합리한 기준

드라마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조건의 비현실성입니다. 양정훈 교수는 "정 맞고 난 후에 절 때리면 쌍방폭행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제 공격을 받는 당시 이렇게 방어하면 정당방위가 인정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피해자가 공격받는 그 순간에만 반격해야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실에서 이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요구인지는 명백합니다.
전예슬의 경우, 고영창이 몰카 동영상을 유포하려는 순간 휴대폰을 빼앗으려다 영창이 바닥에 넘어져 중상을 입었습니다. 검사 측은 "휴대폰이 고영창 손에서 떠난 거면 유포할 위험성도 사라졌으니까 예슬이 공격도 멈췄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주장하며, 예슬이 충분히 정상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격분해서 공격했다고 몰아갑니다. 하지만 이는 3년간 지속된 데이트 폭력과 성폭행, 그리고 몰카 협박이라는 극한의 공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입니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했듯이, 이런 기준은 "칼에 찔린 후에 칼로 찌르면 안 되고 칼로 찔린 동시에 칼로 찔러야 하고, 총에 맞은 후에 총을 쏘면 안 되고 총을 맞음과 동시에 총을 쏴서 맞춰야 한다"는 불가능한 요구와 같습니다.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 조항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 오히려 피해자에게 초인적인 판단력과 타이밍을 요구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양정훈은 법정에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지속적인 폭력과 협박 상황에서 '현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이러한 법적 해석의 엄격함은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가스라이팅과 권력형 범죄의 실체

고영창이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차기 대권주자 국회의원 고영수의 외아들인 그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전예슬을 철저히 통제하고 조종했습니다. "사랑하니까", "결혼하자", "내년에 오빠 로스쿨 붙으면 바로"라는 달콤한 말로 예슬을 회유하면서도, 동시에 "너 마음대로 안 해도 너보다 내 아버지가 쉴 거야"라며 협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영창이 예슬의 기숙사 출입증을 받아 무단으로 침입하고, 몰카를 촬영하며, 폭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사랑의 표현"으로 포장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영창은 법정에서 "행복할 수 있으면 저 성폭행범 되겠습니다. 다만 여자친구한테 미처 돌은 못난 아들 때문에 아버지가 괜한 곤혹을 지으실까 죄송하지만"이라며 자신을 피해자처럼 연출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해자의 자기합리화 전략입니다.
고영수 의원 역시 아들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살인미수로 공소장을 변경하라", "모든 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히 짓밟아 복수하라"며 법을 악용하려 합니다. 과거 심신미약 조항을 범죄자가 악용하지 못하도록 법을 바꿔 대중들의 신뢰를 얻었던 정치인이, 정작 자신의 아들이 연루되자 온갖 불법을 동원하는 위선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어떻게 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 시청자가 언급했듯이, "범죄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인권보다 더 쉴드쳐줄 가치가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법의 허점과 2차 가해의 현실

드라마는 법조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전예슬이 증언을 번복한 후 겪는 2차 가해는 현실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검사 진영우는 예슬에게 "근데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추궁하고, 예슬이 데이트 폭력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하지만 예슬이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명백합니다. "내 입으로 말하기가 죽기보다 싫었을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강간을 당했어요"라는 그녀의 절규는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양정훈 교수는 법정에서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연인 간 성폭행의 특수성을 설명합니다.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이었다면 끔찍한 악몽을 꾸는 거나 털어버리게 되었을 텐데, 상대는 함께 장밋빛 미래를 꾸던 남자친구였다"는 그의 변론은 왜 피해자들이 즉각적으로 일관된 진술을 하기 어려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한 시청자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경찰관이 피해자인 나도 있는 차안에서 가해자에게 넌 꿈이 뭐냐 물으시며 꿈이 경찰이다라고 답한 가해자에게 훌륭하다면서 근데 너보다 작은 애를 때리면 되냐 꿈도 있는 사내가라고 하시며 당돌하다며, 말하는 게 사나이 같다며 말씀하시던 경찰관"을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2차 가해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신고를 해도 내 편이 있을까, 내가 말한 걸 믿어줄까 하는 두려움은 많은 피해자들이 침묵을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입니다. 강솔레이가 "예슬이 본인이 선택한 거야"라며 예슬을 비난하려다가도, 결국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푹 자"라며 위로하는 장면은 주변인들조차 피해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지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합니다.


로스쿨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우리 사회의 법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줍니다. 고윤정의 열연으로 완성된 전예슬 캐릭터는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법을 공부하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며 양심을 따르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당방위 인정의 불합리한 기준, 권력형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그리고 만연한 2차 가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한 시청자의 말처럼 "마지막에 전예슬이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고 애써 감추고 있던 진심이 폭발해서 점점 그라데이션으로 화내는 모습"은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이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mQMmrMjzs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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